4세 고시·7세 고시 악순환 끊으려면 [노정혜 칼럼]
4세 고시·7세 고시 악순환 끊으려면 [노정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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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혜 |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유치원 다니는 손자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줄곧 따라 부른다. 내용을 알고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꽤나 심각하게 노래한다. “시들고 저무는 그런 세상 이치에 날 가두려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이 삶은 내가 사니까 …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 오직 하나뿐인 나의 길, 내 전부를 내걸고서 걸어가.” 하현우의 돌덩이란 노래가 여섯살 어린아이에게도 공감을 주나 보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따라 부르며, ‘인생을 돌아보니 후회도 좀 있지만 내 방식대로 살아왔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가사를 주제넘게 노래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미래지향적이고 당당하다. 그러나 안쓰럽다. 내가 자랄 때보다 훨씬 더 모질고 힘든 세상을 살아갈 것이니.대전파산
교육부에 따르면, 6살 이하 영유아의 절반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2살 이하 영아도 네명 중 한명꼴로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4살짜리 아기가 영어유치원을 들어가기 위해, 7살짜리 아이가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고시와 같은 시험을 치르는 비정상이 일상이 되고 있다. 30조원도 넘는 규모로 커진 사교육 시장은 아무도 무시하환율계산
지 못할 거대 산업이 되었다. 공교육의 그늘에서 그림자 교육을 하던 과거의 역할이 이제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으로 진화하였다. 이 사교육이 공교육과 공통으로 추구하는 제일의 목표는 단연코 ‘대학입시’이다.
우리나라에는 2024년 현재 409개의 대학이 있다. 4년제 대학 223개, 2년제 대학 142개, 대학원대학 44개신한은행 마이너스대출
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입시학원이 배포하는 수능 배치표상의 서열로 각인된다. 한줄 세우기를 당한 대학들의 다양한 역할과 장단점들은 별로 알려지지 않는다. 전쟁 이후 경제성장이란 단일 목표를 향해 압축적 성장을 경주해온 우리나라 국민에게 한줄 세우기는 매우 익숙하다. 대학도 서열을 만들어 시험 점수에 따라 들어가는 것이 능력을 반영하는 가제2금융연체
장 공평무사한 방식이란 생각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국가의 위상은 선진국에 진입했고 학령인구는 급감하는 환경 속에서 대학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혁신과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지식 창출을 강조하는 연구중심대학, 선진사회의 인재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중심대학, 혼합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뱅크하우스
형 대학, 산업현장에 필요한 직업능력 교육에 중점을 두는 전문대학 등, 학교의 성격과 지향점에 맞춰 혁신에 성공하는 대학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사회에서도 대학의 경쟁력을 여러 각도로 평가하고 다양한 지향점에 따라 선택하고 믿어주는 선진적 문화가 하루빨리 대세가 되어야 한다.
이미 연구중심대학 중에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인 4대 과학기술원(국가주택기금
카이스트, 유니스트, 지스트, 디지스트)과 포항공대가 전통적인 일반대학의 서열을 파괴하였다. 전문대학 중에는 보건의료, 예술과 문화콘텐츠, 컴퓨터·전자·기계, 외식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이 성공적인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이 사립대학인 전문대학들에 더해 국가에서 설립한 한국폴리텍대학까지 가세하여 뿌리 산업에서 첨단산업에 이르기개인회생 개시결정
까지 직업능력을 교육하고 있다. 취업 이후의 재교육, 성인들의 전환교육을 포함한 평생교육의 범위와 교육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목적에 따라 충실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의 선택지가 매우 많아졌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학벌과 입시 줄서기에 매달려 있을까.
대학에 가는 이유는 대학이 삶의 성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리라. 성공에 대한 우리신청
인식의 모순점을 드러낸 보고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교육학자인 토드 로즈 교수는 성공적인 인생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다음 두가지 답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였다. 첫째로 본인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룰 때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 둘째로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높은 커리어를 쌓거나 유명 인사가 될 때 성국민은행집담보대출
공한 것이다. 2019년 52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97%가 첫번째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인식에 관해 물었을 때 응답자의 92%는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두번째를 선택할 것이라 대답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는 것을 성공이라고 인식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러한하나은행 아파트담보대출
현상을 로즈 교수는 집단착각(collective illusion)의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관을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따르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내 가치관에 반하지만 집단에 맞추어 사는 순응 편향(conformity bias)은 집단착각의 결과물이다. 어릴 적부터 시작하는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열풍이 분명히 잘못되었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다 하기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는 집단착각을 벗어나야 우리의 아이들도 행복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다.
백년대계 교육의 목표가 고작 대학입시가 되어버린 이 불행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학들도 입시전형의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 수동적인 사교육으로 무장된 고득점자 대신 자기주도적 학습 동기를 보이는 지원자를 찾아내는 전형을 어렵더라도 시행해야 한다. 점수와 등급의 숫자가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인이 되지 않도록, 다각도의 심층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해야 한다. 분명 평가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배가될 것이지만, 학교에 맞는 귀한 학생들을 면접으로 찾아내는 일은 예산과 성심을 쏟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포항공대가 올해 입시부터 시행하려는 심층면접, 한국형 미네르바대학으로 알려진 태재대학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다층면접이 여러 대학에 확산하여 사교육 의존성을 무력화하는 전형 방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새로 시작하는 이재명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하여 서열화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들 대학을 잘 키우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것 때문에 대학 서열화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교육의 경로를 다양화하겠다는 공약이 오히려 서열화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에 최대한의 자율을 허하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입시전형을 시행하는 대학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